몇 일전, 한 술집의 옆 테이블 남여 이야기.
우리가 들어오고 얼마 후에 그 남여는 우리 옆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간 간격이 좁은 편은 아니었지만, 귀를 쫑긋히 세우면 어떤 얘기를 하는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
왔다갔다 하며 둘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듣다가 점점 흥미진진해져서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했다.
남자의 목소리가 커서 잘 들렸지만, 여자는 거의 웃기만하고 간간히 이야기를 할 때도 목소리가 작아서 잘 들리지 않았다.
거기서 우리 테이블 애들한테 "조용히 해봐" 이럴 순 없었기 때문에 남자이야기만 거의 들었다.
그 두사람은 어떤 회사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인데, 같은 팀은 아니었다.
남 : 00씨, 회사생활은 어때요? 00과장님이 잘 해주세요?
뭐 이런 일상적인 회사 이야기를 하더라.
그러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진 이유는 바로 남자의 말 한마디 때문,
"아, 진짜 내가 00씨랑 나이차이가 많지 않았어도. 허허허ㅓㅓㅓㅓ"
오호라~ 남자가 그 여자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흘끔 겹눈질로 그 두사람의 나이를 판단해본다.
여자는 긴머리에 파마를 한, 20대 중후반으로 한 24~27세정도.
남자는 곰!!덩치에 30대초반으로 한 30~33세 정도?
두 사람은 같은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자주 마주치거나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지만,
흡연장소에서 가끔 마주치며 아는 척하는 정도?
둘이 같이 술마시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남자는 담배필 때 윗사람들이랑 마주치지 않는 방법을 알려준다.
남 : 사장님이나 과장님이 담배피러 나오셨을 때는 눈치보여서 안나오시죠?
가끔 제가 문자보내면, 없어서 부른거니까 그 때 나오세요.
저번에도 제가 문자보낸게 나오라는 블라블라~~
요런식으로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하며,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풀어간다.
여자는 자신의 담배 타이밍을 어찌 그리 잘 알고 있냐는 듯,
가끔 조용하게 추임새를 넣으며 꺄르르 웃어 넘긴다.
담배피는 타이밍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주제가 넘어간다.
주제는 바로 남자의 형님. 두둥.
첫 만남(?)에 너무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걱정이 되었지만, 남자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해버렸다.
남자는 큰형님을 굉장히 싫어했다고 한다. 나이차이가 많아서 부모님처럼 챙겨주는게 고마웠지만,
가끔 너무 심해서 같이 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이제는 따로 살지만 얼마전 큰형님께서 많이 아프셔서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예전에 챙겨주었던 것이 생각나 지금도 큰형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괜히 나까지 숙연해진다...그 둘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도 어느새 숙연.
여자가 잠시 자리를 떠났다. 다행스럽게도(?) 여자가 들어오자 분위기가 좋아졌다.
두 사람의 다음 주제부터 친구들이 뭐 듣냐고 GR을 떨어서 잠시 이야기를 놓쳤는데, 살짝 남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취했나? 요러면서 다시 옆테이블을 흘끔 보니, 그 두사람의 테이블에는 500cc 맥주잔이 2~3개, 소주병 4개정도가 놓여있었다.
( 아따 둘다 술 잘마시네 0_0b )
어쨌든 남자는 계속 허허 웃으며 내가 나이가 너무 많다는 둥, 아 이런거 말할 줄 몰랐는데 00씨한테 점점 빠져들어간다는 둥,
자주 만나서 술한잔 해야겠다는 둥 꽤 벌개진 얼굴로 호감을 마구마구 드러냈다. 만취상태는 아니었지만, 슬슬 취기가 올라오는 듯 했다. 여자 역시 정상은 아닌듯 보였고, 남자가 말 할때마다 계속 웃는다.고러다가 담배사오기 가위,바위,보에 져서 담배를 사가지고 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술집 입구가 보일 때쯤, 두 사람이 나왔다.
둘 다 우산이 없는 듯,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남자가 손으로 여자의 머리에 비가 오는 것을 막아주다가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는데, 여자는 손을 살짝 뿌리쳤다.
아 그 뒤로 너무 궁금하다.
남자가 그리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너무 들이댔던건 아닐까?여자는 마음이 있었을까?
아 궁금해. 궁금해.
참. 나 오지라퍼 안하기로 했는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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